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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사고] 고가의 기계 수리비에 관한 손해사정업체의 손해사정 결과를 배척한 사례

박기억 2024/02/02 조회 92

서울고등법원 2024. 1. 19. 선고 20232004422 판결, 손해배상()

 

<사안의 개요>

 

(1)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배상책임자)를 대리한 사건.

 

(2) 화재사고 피해자인 원고는 화재가 발생한 공장의 바로 옆 공장을 임차하여 고가의 기계(제대기 3)를 가지고 포장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각 제대기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기계 수리비로 13,600여만 원을 청구함(다른 물건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하였지만 이 사건 쟁점이 아니므로 생략). 이는 원고 측 손해사정업체(이하, 구체적인 상호 대신 손해사정업체라고만 함)가 산정한 수리비였음.

 

(3) 문제는 원고 측 손해사정업체가 작성한 손해사정서에 의하면 손해사정의 대상인 각 제대기가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음은 물론 언제 취득한 것인지 불명이라는 것이었고, 단지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견적서에 기초하여 손해사정이 이루어진 것.

 

(4) 피고는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근거로 각 제대기의 수리비를 산정하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생겼는데, 피고가 이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음에도 원고는 이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아니함. 피고 측(공동 피고는 다른 보험사)은 어쩔 수 없이 위 손해사정서를 작성한 손해사정업체를 상대로 손해사정에 관한 기초자료를 모두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였고(문서제출명령 신청), 해당 손해사정업체는 손해사정 기초자료를 법원에 제출함.

 

(5) 손해사정업체가 제출한 손해사정 기초자료를 면밀하게 살펴보니, 2개 업체에서 작성한 수리비 견적서(합계 34,500여만 원)를 근거로 손해사정업체가 각 제대기 수리비를 산정하였는데, 각 견적서의 구체적인 항목이 부실한 데다가, 여기서도 해당 제대기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 조차 기재되어 있지 않는 등 등이 발견됨. 특히 원고는 나중에 동일 업체가 발행한 88,000만 원의 견적서도 추가 제출하는 등 견적서의 신빙성을 더욱 의심하게 만듬.

 

(6) 피고는 원고에게 각 제대기가 최소한 어느 회사 제품인지, 언제 취득한 것인지를 밝혀달라고 요구하였지만, 원고는 손해사정업체가 각 제대기의 재조달가격을 산정한 후 감가상각률 70%를 적용하여 손해액을 산정한 것이므로 그 손해액은 그대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

 

(7) 그러자 공동 피고 중 1(보험사)이 다른 손해사정업체에 손해사정 기초자료를 보내 적정한 수리비인지 자문을 구하였는데, 그 결과 각 제대기에 관하여는 최초 취득자료 및 구체적인 수리내역이 증빙되지 않으므로 제대기 수리에 대해서는 검토 불가함이라는 의견이었음. 이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위 각 제대기의 수리비는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는데. 1심 판결은?

 

<1심 판결>

 

위 손해사정서는 비록 이 사건 소송 전에 원고가 의뢰하여 작성된 것이기는 하나,

 

위 손해사정서 외에 이 사건 화재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위 손해사정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는 점,

 

이 사건 화재 발생 후 원고로부터 손해사정을 위탁받은 손해사정업체는 약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현장실사를 진행하여 직접 피해대상물의 보유수량 및 배치 위치 등을 조사하는 등 손해사정의 기초자료를 확보하였고, 이를 기초로 위 손해사정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손해사정업체는 제대기, 라운드컷팅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계 및 설비 등에 관하여 재조달가액, 제조원가, 구입년월 등을 고려한 감가상각을 실시하여 그 손해액을 산정하였고, 제대기, 라운드컷팅기를 그에 관한 자료를 확인하지 못하여 감가율을 70%로 산정한 것으로 보이는바, 나름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한 평가로 볼 수 있는 점,

 

피고 보험사 측 손해사정업체도 위 손해산정서에 관하여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지 않은 기계품목 중 제대기와 일부 집기 및 재고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기계, 집기와 시설 및 폐기물 비용 전부에 대한 손해액 평가는 적정하다고 판단한 점,

 

피고 보험사 측 손해사정업체의 평가는 원고 손해사정업체로부터 위 부분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것에 불과하여 그 손해사정업체의 평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가지고 원고 측 손해사정업체의 손해산정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 측 손해사정업체가 작성한 위 손해사정서는 충분히 믿을 만하고, 이에 관하여 손해사정의 구체적인 근거자료가 확인되지 않아 위 손해사정서는 믿을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

 

 

결국 제1심은 원고 측 손해사정업체가 산정한 수리비 13,600여만 원을 제대기 수리비로 인정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하였고, 그 후 원고가 항소비용을 납부하지 않아 원고의 항소장은 각하됨.

 

<항소심에서 손해사정서의 부적정성을 밝히기 위한 주장과 입증>

 

(1) 우선 피고는 원고에게 각 제대기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 언제 구입한 것인지 밝혀달라고 석명을 구함. 원고는 계속 묵묵부답하다가 마지막에 화재가 발생하기 10년 전 불상의 회사로부터 구입한 것인데, 현재는 없는 회사라고만 밝힘. 결국 피해 제품의 구체적인 사양이나 현재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등은 확인하지 못함.

 

(2) 피고는 어쩔 수 없이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로 각 제대기의 수리비를 산정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손해사정서를 작성한  해당 손해사정사를 증인으로 신청하였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사실조회신청을 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손해사정업체에게 사실조회를 신청함. 그러나 해당 손해사정업체는 사실조회사항에 대하여 수개월이 지나도록 답변하지 아니하고 법원의 독촉에도 끝까지 답변을 회신하지 아니함.

 

(3) 아울러 피고는 손해사정서의 기초자료인 각 견적서를 작성한 업체 대표 2명에게도, 견적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와 견적 근거, 작성자가 어느 정도의 경험과 전문지식이 있는지 등에 관하여 사실조회신청을 하였는데(각 업체가 너무 영세한 곳), 견적서 작성자 역시 수개월이 지나도록 사실조회사항에 대하여 답변하지 아니하였고, 법원의 독촉에도 끝까지 답변을 회신하지 아니함.

 

(4) 피고는 계속하여 원고에게 각 제대기에 관하여 수리를 하였다면 수리비를 지출한 내역을 제출해 달라고 석명을 구하였는데, 원고가 계속 이에 응하지 않다가 항소심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 원고가 실제로 지출한 수리비용은 분진 및 물기 제거, 방청등 비용을 포함하여 3,000여만 원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함. 위 수리비용은 견적일로부터 3년여가 지난 무렵까지 지출한 수리비였음.

 

(5) 각 제대기는 화재 시 소방수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는 각 제대기에 견적서 금액(34,500여만 원)과 같은 손해를 입었지만, 기존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3일간 긴급 복구한 후 각 제대기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함.

 

(6) 이에 피고는 감정의견이 소송법상 감정인 신문이나 감정의 촉탁방법에 의한 것이 아니고 소송외에서 전문적인 학식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감정의견을 기재한 서면이라 하더라도 그 서면이 서증으로 제출되었을 때 법원이 이를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면 이를 사실인정의 자료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판례를 들면서, 그 동안 3년간 수리하지도 아니한 수리비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생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

 

(7) 아울러 불법행위로 인하여 물건이 훼손되었을 때의 손해액은 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그 수리비가 된다는 것이 판례인데, 원고가 지난 3년간 지출한 각 제대기 수리비 합계가 3,000여만 원 정도이므로, 위 각 제대기에 관한 수리비 손해는 위 3,000여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주장함.

 

<2(항소심) 판결>


(1) 원고 측 손해사정업체는 제1, 2, 3제대기와 관련된 손해액을 수리가 가능함을 전제로 합계 13,600여만 원으로 산정하였는데, 수리가 가능한 기계의 손해액 산정은 원상복구 수리비용을 산정한 후 감가상각을 공제하여 산정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고 측 손해사정업체가 이 사건 손해사정서를 작성할 당시 원고는 이 사건 각 제대기와 관련한 손해액 산정에 관한 서류로 기계견적서와 수리비용에 관한 견적서 등을 제공하였는데, 최초 취득가액을 알 수 있는 계약서나 세금계산서 등의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다(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각 제대기를 원고가 창업 당시 구입한 것으로 당시 기계구입계약서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 측 손해사정업체는 이 사건 각 제대기의 실제 구입가격이나 지출된 수리비용 등에 관한 자료를 반영하지 않을 채 원고가 제출한 기계견적서 금액 등을 기초로 손해액을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2) 불법행위로 인하여 물건이 훼손되었을 때의 손해액은 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그 수리비가 된다(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52889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이 법원에서, 원고가 실제로 이 사건 각 제대기의 수리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이 합계 3,000여만 원이라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각 제대기를 2011년경 구입한 기계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노후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수리비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기계 결함이 새로 발생하더가 노후화를 촉진시키는 등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이 사건 화재 발생 이후 지출된 위 각 수리비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화재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있다.

 

(3) 원고는 위와 같은 수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러 기능의 오작동으로 작업속도가 떨어지고 고부가가치 상품은 생산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였고 완전한 복구를 위해서는 34,500여만 원의 수리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이 사건 각 제대기에 관하여 예상되는 수리내역에 관한 견적서만으로는 원고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위와 같은 견적일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원고가 지출한 수리비용은 3,000여만 원에 불과한바, 이와 달리 위 견적서 기재 수리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예정이라는 점을 인정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각 제대기와 관련한 손해액은 위와 같이 원고가 실제 수리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에 해당하는 3,000여만 원으로 인정한다.

 

 

<간단 논평>

 

결국 이 사건은 고가의 장비인 제대기 3대에 대한 손해사정업체의 손해사정 결과를 배척하고, 그 동안 지출된 수리비만 손해로 인정한 것인데, 손해사정 전문가인 손해사정사가 작성한 손해사정서라고 하더라도 부실한 기초자료로 납득하기 어려운 손해사정을 하였다면 그 손해사정 결과는 언제든지 부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임또한 손해사정의 기초자료인 견적서도 전문성이 있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 작성한 것이어야 믿을 수 있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사례라 할 것임.

 

의사든 손해사정사든 각 분야 전문가로서 어떤 서면을 작성제출함에 있어서는 그 서면의 내용에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서면 작성자는 언제든지 법원에서 증인으로 부르면 출석하여 자신의 판단에 관하여 납득할 수 있도록 근거를 대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과 실력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해당 문서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하는 것이므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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